"불고기 버거 나오셨습니다."

"인터넷 연결이 좀 불안정하신거 같네요"

"7,000원 이십니다."

"아 좀 머시네요~"

어제 내 심기를 불편하게 한 말들이다. 요즘에 하루에 몇번 씩 저런 듣기 거북한 말을 듣게 된다. 들을 때마다 이렇게 답변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와 불고기님이 나오셨군요~^^" "스프라이트 님은 어디 계시나요?"

"아 어떻게 하면 인터넷 연결님을 안정시켜 들릴 수 있을 까요?"

"7,000원님 여기 모십니다. 잘 모셔주십시오"

"'좀 머시네요'가 아니라 좀 멀리 살고 계시네요라고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이렇게 맞받아쳐 주고 싶지만 시간도 없고 괜한 싸움을 걸어 득이 될게 없다는 생각에 참는다. 요즘에 이런 듣기 거북한 잘못된 존대말을 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 같다. 한 10년 전 까지만 해도 편의점 알바하는 어린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에게나 가끔 듣곤 했던거 같은데 요즘은 너도 나도 쓰는 국민 어체가 되어 버린 듯하다. 심지어 어렵기로 소문난 전문 시험을 통과하고 스스로 전문가라 칭하는 사람들이나 대학원 석사까지 마치고 온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 이 "신종 국민 어체"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물론 언어라는게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기도 변형이 되기도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지만 위의 "신종 국민 어체"는 좀 다르다.

우리 말의 존대말은 상대를 높이고 나를 낮추면서 상대에 대한 존중의 표현한다. 하지만 위의 어체로는 그런 존대말을 사용하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오히려 "불고기 버거", "인터넷 연결", "7,000원"을 높이면서 자신과 상대방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초래해 원래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신종 국민 어체 때문에 정상적으로 "불고기 버거 나왔습니다."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군요" "7,000원 입니다" "아 멀리 사시는 군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 건방지거나 예의 없게 여겨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이상한 어체가 만연하게 된 것일까? 나는 최근 우리 개인들에게 만연한 "무분별하고 무의식적인 을 마인드"가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 세계의 계약에서 갑을의 관계는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완전한 등가 교환을 구성하는 계약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쪽이 갑이고 더 작은 가치를 제공하는 쪽이 을이 될 수 밖에 없다. 같은 의미로 그 계약이 파기 되는 경우 덜 아쉬운 쪽이 갑이고 더 아쉬운 쪽이 을이다. 결론적으로 자기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 대가로 받는 보수에 비해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 될 때만 을의 자세를 취함으로서 그 가치의 차이을 매꾸어야 하는 것이다. 즉, 갑을 관계는 계약 당사자가 제공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상대적 함수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 계약 당사자들은 자신이 제공하는 가치를 따져 보기도 전에 돈을 주는 사람이 갑, 돈을 받는 사람이 을이라는 절대 공식으로 갑을 관계를 정의하려는 경향이 있다. 마치 예전의 군주시대  때 "군주는 무조건 갑", "신하는 무조건 을" 처럼 말이다. 그래서 고객사가 갑, 회사가 을이 되고 다시 회사가 갑, 종업원이 을, 그리고 다시 종업원 중에 직급이 높은 사람이 갑, 직급이 낮은 사람이 을이 되는 절대 갑을 관계의 사슬에 얽키게 된다. 이런 절대 갑을 함수로 갑을 관계를 단정하다 보니 자기 자신을 을의 입장으로 밀어 넣어 놓고 보수가 적다고 불평하는 이론적으로 말이 안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면 회사 사원이 야근 수당도 못받고 야근에 주말 출근에 시달리는 계약상 을의 포지션에 있으면서 급여가 적다고 불평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 조금 더 당당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개발을 아끼지 말고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떳떳하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굳이 스스로를 을의 포지션으로 밀어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갑을 관계는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와 상대방이 나에게 보상하는 것의 가치로 결정되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1. 저도 그게 참 그게 거슬리더라구요. 물건한테 존칭 쓰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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